우연하게. 어쩌다.
거의 13년만에 내가 3년간 다닌 고등학교에 들어가 봤다.
학교가 너무 싫어서. 핑계거리 만들어 졸업식에도 안갔었다.
너무나 비인간적인 학교에서
너무나 비인간적인 선생님들 밑에서 쫄면서.
즐거움 하나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운동장과 건물들 사이를 돌아다녔더니.
기껏 생각나는것들
1.
수능이 코앞이라 모두 책상에 코박고 있던 야밤의 자습실.
나는 여느때와 같이 사색에 잠겼었다.
그러던 중 책상 사이를 기어가던 손가락 크기만한 땅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오른발 뻗어 땅강아지를 발로 짓이겼다.
푸직~ 너무 큰 효과음에 친구들이 고개를 들더니 내 행태를 보고는 소리 질렀었다.
'야~ 너 왜 그래~~'
'달빛이 괴괴해서' 이런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여름 태양이 눈부셔' 살인을 했다던 이방인의 뫼르소도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2.
2학년 체육시간. 친구 수연이랑.
운동장 바닥에 앉아 꼬챙이 하나씩 들고는
익스트림의 '갯더펑크아웃' 노래 가사 적어 놓고는 따라 불렀던거.